인생철학

나의 언어로 나의 삶의 서사를 풀어내는 쾌감

amiur 2022. 7. 31. 23:38

 


읽는 것이 아닌 행간에 머무르고 거주하는 것
- 발터 벤야민


 


내 이야기를

 

듣는 이들이 한번쯤은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고 싶은 충동을 느끼도록, 드러내고 싶다.

 

한 템포 쉬고 가기를 참을 수 없도록

피곤하게 만드는 이야기.



우으ㅜ

 

 

 

우울 장애를 앓았다. 심-각했었다. 기숙사 방에서 눈물만 흘리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매점이 닫는 한밤에 얼른 나와 이온음료 두 페트병을 사서 다시 방으로 겨우 돌아가는 생활을 했다.

오늘은 내가 그 위기에서 조금 벗어났을 때, 그리고 완전히 극복해냈다고 스스로 평가했을 때의 이야기를 적어보려고 한다..

 

우울했던 그 때 내 경험을 완전히 재서술해서, 내가 내 진실한 옹호자가 되어준 이야기를 들려드릴게..

 

먼저 조금 벗어났을 때. 겨울이다! 이온음료만 마시면서 연명만 했을 땐 여름이었다. 2018년 폭염.. 나에겐 잊을 수 없는 년도이다.

그 겨울에 나는 롱패딩을 처음 사보았다. 새 옷을 입고 덮고 자고 껴안고 뒹굴거리고 그랬다. 그 옷을 입고 나는 눈을 밟으러 나섰다.

하릴없이 걷고 돌아와 롱패딩을 벗으면 온몸이 땀으로 젖어있었다. 롱패딩 안쪽 면도 축축-했다. 며칠 그렇게 걸었다.

 

돌이켜보면 그 때

☀️ 햇볕도 좀 받고,

👀 길에서 사람 구경도 좀 하고,

🍽 식당에서 끼니도 제때 챙기고,

🚶 걷기 운동도 하면서,

건강을 회복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때 지나다녔던 길들은 잊을 수가 없다.

어떤 길, 어떤 연구소, 어떤 버스 정류장을 지나왔는지.. 나무 색깔들, 한겨울 낮의 냄새

모두 그냥 기억이 난다..

 

(논외지만 이 때 한국 기계 연구원의 자기부상열차 철로를 지나가다 보고 넘 재밌어보여서, 타보려고 체험 신청도 찾아봤다.. ㅋㅋㅋ)

(🥲 근데 신청서까지 적어서 냈는데 5인 이상 모아야 된다고 취소 통지 왔었더랬지.. 알아두실분 알아두시고) 

 

 

 

완전히 극복해냈다고 스스로 평가했을 때는 불과 작년 9월이다. 1차 백신 일정 예약하고 맞으러 가고 챙길 때였다.

작년에 나는 1월부터 다시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그럭저럭 적응해 밥먹고 아침에 방을 나서는 등 일상생활은 해내고 있었다.

그럼에도 도전적인 수강과목들과 대학원 입시 준비 때문에 심적으로 꽤 부담스러운 새학기를 시작하고 있던 시기라,

마냥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던 때이기도 하다.

 

나는 잔여백신을 어플로 당일에 잡아 바로 맞으러 갔기 때문에, 거리가 좀 있는 새로운 동네의 병원으로 접종하러 가게 되었다.

경로 검색으로 어떤 버스를 타고 잘 찾아갔다. 백신도 문제없이 맞았고, 기념으로 확인서도 출력받아왔다.

학교로 돌아가는 길 버스 안에서, 나는 그 버스가 이전에 우울을 조금씩 희석해 나갔던 그 길을 지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억이 꽤 선명하게 남았던 어떤 정류장을 지날 때, 순간 내 마음 속에서 이런 생각이 스쳤다.

와 그때는 진짜 매일 할 일도 없으니까 이런 데까지 걸어올 여유도 있고 폐인 생활 했었네

 

나는 스스로 자동적으로 떠오른 이 생각에 너무나도 상처를 받았다. 이게 과연 내 진심의 목소리였을까?

이 때 또다른 나는 이 생각에 바로 반박을 할 수 있었다.

 

자비롭고 부드러운 단호한 더 상위의 나는, 내 목소리는, 바로 직전의 생각을 혼을 냈다.

 

너 진짜 나쁘고 못됐다. 그건 정말 mean 한 생각이야.
어떻게 그 때 그렇-게 힘들었고, 겨우 극복해보려고 발버둥쳤던 "그 기억들"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런 식의 깎아내림을 할 수 있어? 정말로 나빴다.

 

라고 내가 즉각 쏘아붙여준 것이다 !

정말로 처음 들었던 생각에 난 속을 뻔(!) 했다.

약간 자아 분열 같기도 하고 지금 횡설수설하는 감이 있지만, 요지는 충분히 전달되었으리라 본다.

 

이 때, 나는 완전히 내면의 힘이 길러진 근거를 손에 쥔 기분과 함께, 너무나도 깊은 위로를 심지어 스스로에게 받아버려서,

청승맞게 버스에서 쿨쩍이며 울었더랬다...

 

ㅎㅎ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적고 다음에 더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는 추가 포스팅으로 적어보도록 하겠다.

 

 

읽어주신 분이 계시다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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